오늘은 내 두 번째 소울 푸드인 '김치' 덕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김치는 꼭 내가 아니어도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소울 푸드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특히나 더 그렇다. 어려서 부터 김치와 친하기도 하였고, 본가가 큰 집이었기 때문에 11월이 되면 항상 김장을 했는데, 배추를 100포기이상 쟁여두고 시작했다.
양이 많다 보니 거실에 신문지를 잔뜩 깔고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했는데, 할머니의 진두지휘 아래 남녀 구분 없이 모두가 참여해야만 했다. 나도 어렸었지만 자연스럽게 김장에 참여했는데, 주로 잔 심부름을 하거나 쌀풀을 쑤고, 배추 속을 채우는 일을 맡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어릴 때부터 조기 교육을 받은 덕에 김치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음식이 되었지 않나 싶다. 덕질을 할 수 밖에 없는 '운명' 이랄까?
일단 김치는 너무 매력적인 음식이다. 잘 담근 김치를 한 입 먹으면 첫 맛은 짜릿한 상쾌함이 느껴진다. 마치 입안에서 알싸한 바람이 스쳐 가는 듯한 느낌이다. 곧이어 톡 쏘는 신맛이 혀끝을 간질이고, 이어지는 은은한 매운맛이 입 안에 따뜻한 열기를 남긴다. 깊게 발효된 김치에서는 복합적인 감칠맛이 살아나는데, 이건 단순히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한, 묵직한 풍미의 조화다. 아삭아삭한 식감은 금방이라도 다시 젓가락을 들게 하는 매력이 있고, 맵고 짠맛의 뒤에 숨어 있는 은근한 단맛은 김치의 또 다른 매력을 은밀히 드러낸다.
김치는 그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밥과 만나면 더 빛이 나는 음식이다. 입 안에서 터지는 매콤하고 짭짤한 풍미가 쌀밥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과 조화를 이루며, 그 순간만큼은 '아, 이게 바로 한국의 맛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최근에는 가려서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산 김치의 존재 때문이다. 정말 슬프지 않을 수 없다.
배추값 상승과 함께 김장을 할 때 들어가는 각종 재료값이 크게 오르면서, 한국에서 전통 방식으로 김치를 담그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식당에서 한국 김치를 맛보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식당에서는 원산지 표기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중국산으로 표기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 밑반찬인 김치—특히 서비스로 제공되는 김치—의 원가가 올라 국산 김치를 내놓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반찬으로 제공되는 김치뿐 아니라 김치찌개와 같은 김치 전문 요리를 판매하는 식당에서도 중국산 김치로 조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나처럼 김치를 덕질하는 입장에서는 안심하고 김치 먹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 만들어 지고 있다.
맛의 문제를 떠나, 위생적인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산 김치로 인해 김치 없이 밥을 먹는 슬픈 일들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이다. (나는 식당이나 배달 음식을 시킬 때는 항상 원산지를 확인한다.)
김치를 좋아한다면서 뭘 그렇게 까탈스럽냐고? 그럴 수도 있지만, 원래 더쿠란 게 그런 법이다. 내가 덕질하는 포인트가 명확한데, 그 포인트를 흐린다니?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번거롭더라도 원산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곳을 찾아간다. 더 나아가, 가능하면 내가 직접 김치를 담그는 것까지 고려한다. 하지만, 소시민 입장에서 김치 담그기 어렵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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