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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덕 - 실상

귤, 겨울에 없어선 안 될 필수 과일

by 덕이네 2024. 11. 20.
freepik.com 발췌


어릴 때부터 과일을 먹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부모님이 주면 먹고, 안 주면 안 먹는 수준이었다. 수박이든, 감이든, 포도든, 내 손으로 먼저 찾는 과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귤만은 달랐다. 귤만큼은 내가 먼저 찾아서 먹곤 했으니까. 이제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김에, 추억의 겨울 과일, 귤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보려 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과일을 잘 안 먹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귀찮아서다. 사과나 배, 감 같은 과일들은 껍질을 칼로 벗겨야 하고, 아삭아삭한 식감 때문에 한 입 베어낼 때마다 힘줘야 하는 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포도나 수박처럼 씨를 발라내야 하는 과일들은 더더욱 손이 가지 않았다. 씨를 먹었다가 다시 뱉어내는 과정도, 그걸 처리하는 것도 전부 귀찮았으니까.

그런데 귤은 달랐다.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그 맛이 중독적이기도 했고, 껍질을 까는 과정도 칼 같은 도구 없이 손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알맹이 하나씩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터지는 알갱이들의 식감도 재밌었다. 그러다 보니 귤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무한정 먹을 수 있었다. 어느 날은 TV를 보다가 귤 한 박스를 앉은자리에서 다 헤치운 적도 있었다. 그 결과, 부모님과 가족들이 귤 맛도 보지 못한 채 빈 박스를 보고 황당해했던 일이 기억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가락은 이미 노란빛과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freepik.com 발췌


귤껍질도 나에겐 덕질 대상이었다.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창가에 널어 말리곤 했는데, 귤껍질이 마르면서 나는 향이 좋았고, 그 과정 자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귤껍질을 말려 놓는 건 매년 겨울마다 반복되는 작은 놀이가 되었다.

귤은 나 같은 방구석 용자, 오타쿠들에게 딱 맞는 덕질 소재다. 단순히 맛이 좋은 것뿐 아니라, 비타민 C가 풍부해 건강에도 덜 부담스러우니까. 특히 겨울철엔 따뜻한 방에서 귤을 까먹으며 시간을 보내면 그 자체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쉽게 말해, 방구석 폐인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연료 같은 존재랄까.

곧 겨울이 다가온다. 귤 한 봉지를 사 와서 손가락이 물드는 재미를 같이 함께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