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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덕 - 감상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 고교 야구 스포츠 만화 전설의 시작

by 덕이네 2024. 11. 18.
아다치 미츠루 ‘터치’

고교 야구 만화하면 누구나 아다치 미츠루의 ‘H2’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델리스파이스 ‘고백’에도 영감을 준, 엄청 유명한 만화로 야구, 고등학생, 배터리, 우정, 그리고 코시엔(일본의 전국 고등학교 야구 대회로, 우리나라의 청룡기에 해당)의 상징이 된 작품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H2’보다 더 재미있게 본 만화가 있었으니, 바로 ‘터치’다. 오늘은 내가 야구 만화와 아다치 미츠루 작가를 덕질하게 만든 ‘터치’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터치’는 어느 고등학교의 쌍둥이 야구 소년들이 주인공이다. 게으른 천재 형과 노력형 천재 동생, 그리고 이들 사이에 낀 소꿉친구 여주인공이라는 구도로, 꽤 고전적인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서사가 엄청난데, 동생이 야구 천재로 그려지지만 알고보면 형이 찐 천재였다는 내용이다. 형은 동생에게 야구도, 첫사랑도 양보하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동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각성하여 코시엔에서 우승하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아다치 미츠루 작가의 이야기 연출 방식을 좋아하는데, 그의 작품은 전개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으며, 대사도 많지 않다. 그림 실력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귀엽고 동글 동글한 그림채로 캐릭터 간의 갈등을 은유적이고 감성적으로 섬세하게 풀어나간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수채화 느낌이랄까?

‘터치’를 처음 본 건 고3 시절이었다. 특유의 연출 덕분에 눈물, 콧물을 쏟으며 입시 준비 시기를 보냈다. 고3이 공부는 안 하고 만화 봤냐고 할 수 있겠지만, 짬을 내서라도 봐야할 만큼 대단한 서사가 있었다. 완결을 본 후에도 다시 대여해 볼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고, 결국 대학에 붙고 나서 동네 책방 아저씨에게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터치’는 나에게 스포츠와 청춘의 상관관계 감성을 찐하게 알려준 고마운 만화다. 이후로 나는 많은 스포츠 만화를 섭렵했고, 아다치 미츠루 작가의 작품은 모두 찾아보게 된 입덕 만화가 되었다. 참고로 이 작가는 야구와 복싱을 사랑한다. 이 두 종목을 소재로한 그의 만화는 실패 없이 재밌으니, 궁금하다면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