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영국 드라마 ‘셜록’을 접했던 건 친구의 추천이었다. 원래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소설을 좋아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해 그동안 나왔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원작의 매력을 완벽히 살린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셜록’은 달랐다. 원작의 매력을 완전히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시킨 느낌이랄까? 무엇보다 감각적인 연출과 세련된 분위기가 처음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셜록이 단서를 추리할 때 떠오르는 화면 속 텍스트와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 해결 과정은 마치 내가 셜록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GPS 같은 현대적 도구를 활용하면서도 원작 특유의 치밀한 추리와 긴장감을 잃지 않는 연출 방식이 내가 덕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셜록과 왓슨, 그리고 아이린 애들러
내가 이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캐릭터 그 자체였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은 말 그대로 셜록 홈즈 그 자체였다. 그의 날카로운 추리력, 독특한 성격, 그리고 타인과 어울리는 데 서툰 면모까지, 원작의 셜록이 현실에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사건에 몰입할 때 보여주는 또라이같은 모습과 인간관계에서 지식, 경험없는 태도가 셜록의 캐릭터를 더 잘 살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틴 프리먼이 연기한 존 왓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셜록이라는 괴짜 같은 인물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그 옆에서 묵묵히 사건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왓슨 덕분이었다. 그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셜록의 유일한 친구이자 동료로서, 캐릭터에 깊이를 더해줬다. 평범함과 비범함, 이 둘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드라마의 묘미인데, 두 사람의 캐미가 흥미로웠던 건 나뿐 만이 아니었는지 나중에 영화 호빗에서 역할을 맡은 용과 호빗과의 관계와도 닮아있다.
그리고 아이린 애들러. 시즌 2에서 등장한 그녀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셜록 홈즈 세계관에서 셜록이 감정적으로 얽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인데, 드라마 속에서 이 둘의 관계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세련되게 풀려 나갔다. 특히 아이린과 셜록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한 편의 로맨스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그녀가 셜록을 어떻게 도발하고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컸다. 그러니까 지금으로 말하자면 로맨스릴러 장르라고 볼 수 있겠다.
나는 이 드라마가 단순히 현대적인 셜록 홈즈를 만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셜록 홈즈를 만들어냈다. 이 드라마를 처음 보고 나서는 시즌 1부터 시즌 2까지 매 에피소드를 다시 보고 또 봤다. 셜록의 날카로운 추리 장면이나 셜록과 왓슨이 사건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는지 과정을 볼 때마다, 수학공식을 풀었을 때 딱 맞아 떨어지는 쾌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도 추리물이나 탐정물을 좋아하지만, 셜록 같은 높은 퀄리티의 작품이 다시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번 봐도 재밌는 드라마, 만약 나처럼 추리물과 셜록 홈즈를 좋아한다면, 이 드라마를 한 번쯤 꼭 보길 추천한다.
'제2 덕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반지의 제왕, 판타지 영화 흥행의 서막 (0) | 2024.11.26 |
---|---|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 고교 야구 스포츠 만화 전설의 시작 (3) | 2024.11.18 |
아이언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 (0) | 2024.11.17 |
견자단의 엽문, 영춘권의 일대종사 실화를 다룬 영화 (0) | 2024.11.11 |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 성장 할 수 없는 어린이 (0) | 2024.11.09 |